대중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책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몰라도 ‘안티프래질(Anti-Fragile)’ 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을 겁니다. 아이돌 르세라핌의 곡 중의 같은 제목을 가진 곡이 있죠. 사실 그 단어의 기원은 이번에 소개할 책인 ‘스킨 인더 게임’의 이전 작 제목 이기도 합니다.

저자부터 소개하자면, 나심 탈레브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전문 투자자로도 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금융 철학을 설파하는 칼럼니스트겸 철학자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이지만, 본질적으로 이분은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의 본질은 결국 현대 경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균형과 모순입니다.

두괄식으로 먼저 요약하자면, 결국 이책에서 얘기하는 핵심은 ‘어떤 시스템의 책임은 그 시스템에 의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이 책임져야한다’ 입니다. 간단히 생각해봅시다. 고대 바빌론에는 함무라비 법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그 중 유명한 내용중 하나가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입니다.

건축업자가 타인의 집을 지을 때 견고하게 짓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그 집이 무너져 집주인이 죽었으면 그 건축업자를 죽인다.

지금보면 참 무서운 내용입니다. 하지만 견고하게 짓지 아니하여서, 그 집을 지은 건축업자를 죽인다는 말은 심히 단순합니다. 왜냐하면 건축업자는 그만큼 공을 들여서 절대 무너지지 않게 지으려고 할 것이니깐요. 그러면 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이치에 맞을 수도 있는 말입니다.

오늘날 문명화된 사회의 중앙집권화된 다양한 시스템을 생각해봅시다. 정치쳬계든 여러 크고 작은 기업들의 조직 구조이든 보면 책임과 권한은 분산화되어 있습니다. 단계를 거치면 거칠 수록 책임은 희석되고 모호해집니다.

원칙대로라면 높은 권력을 가진 의사결정권자가 강한 책임을 지는게 당연한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상 뉴스기사를 둘러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법한 과거 사례들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17년 당시 대한항공의 부사장(조현아)이 항공기 기장에게 회항을 명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항공사의 부사장이니까 항공기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질 수 있다는 조항은 법규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항공기의 모든 통제 권한과 책임은 해당 항공기를 직접 모는 기장이 가집니다. 항공모함의 함장과 해군참모총장간의 관계나, 버스기사와 버스회사의 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질적으로는 상위 직급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해당 임무나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자가 사실상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설령 상위 직급자의 명령이 있더라 하더라도, 최우선적인 권한은 당사자인 기장과 함장, 그리고 버스기사가 가져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렇지만 실상 많은 시스템에서는 이런식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재해와 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부주의에 의한 인재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면 같은 맥락으로 반복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대리인 문제’라고 일컫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시스템에서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좀 더 쉽게 말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닿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생각을 해봅시다. 당장, 이 책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의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저자가 한 때 월스트리트에서 파생상품 전문 투자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당시 실제로 일했던 당시에도 일관적으로 주장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새로나온 책을 홍보하기 위해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날의 주제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두명의 언론인이 먼저 이야기하고, 앵커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말할 차례가 돌아오자,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저는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쇼트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이책의 시작에서 강조했던 그말을 덧붙였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말하지 말고,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뭐가 들어 있는지를 말하십시오” -113p

탈레브는 실제로 투자하지 않은자의 조언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결국 본인 스스로가 직접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입니다. 물론 이렇게만 말하면, 그러면 흔히 말하는 주가 조작 세력의 말은 믿어도 되냐고 반문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시장을 조작하는 사례도 불평등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일이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굵직하고 의도적인 세력에 의한 조작 시도 보다는 해당 주식과는 아무런 연관과 책임도 없는 관계자들의 무책임한 조언때문에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사실 매우 빈번한 편입니다. 그래서 탈레브는 그 어떤 리스크조차 지지 않는 이러한 무책임한 조언들이 오고가는 상황들이 더 부정적이라고 바라봅니다.

책임지지 않는 현실의 사례들

한국내 사회의 이런 관련없는 결정자들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초래한 사건들은 아주 많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려 합니다. 첫번째로, GS건설의 부실공사 사례를 생각해봅시다. 시공사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관리와 감독자들의 잘못이 없는지를 논한다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명백히 건설사, 시공사, 당시 참여한 모든 건설 현장의 관련 근무자들 모두가 동등하게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23년 7월에는 기록적인 장기간의 장마로 인해 곳곳에서 침수가 나고 홍수가 잇따랐습니다. 당시 충북 오송에서 지하차도가 침수되는 일로 인해 당시 그곳을 지나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 참사는 사실 살펴보면 명확한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고가 나기 1시간전에 그 누구에 의해서라도 통제가 되었더라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본질은 똑같습니다. 책임지는자가 명확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참사가 발생한다 한들, 정작 그 통제를 가진 사람이 받는 피해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본인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저 모두가 방관하고 책임지지 않을 뿐입니다.

불균형에 관해

대리인 문제를 확장해서 사회에서 불균형과 불평등이 일어나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양보하지 않는 소수에 의해 편향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불균형이 발생한다.” 불균형은 항상 불평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의 사례는 아주 다양합니다. 과학계를 예시로 들어보면, 과학은 항상 소수가 주도하여 발전해온 분야입니다. 민주주의 처럼 다수의 의견만으로 가설과 이론이 지지받고 주류가 되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발전은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여전히 중세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도덕율의 성립 과정입니다. 흔히 ‘도둑질을 하지 말아라’와 같은 명제는 시대와 세대를 관통합니다. 이는 초기 소수의 사회에서 적용되었던 도덕율이 점차 확장되며 통용된 사례로, 소수에 의한 편향의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불균형은 물론 이렇게 사회의 도덕율을 세우거나 과학의 발전을 이룩하는 것처럼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때입니다. 실제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에 의한 주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건 바로 현재의 중앙집권화된 모든 관료제 조직입니다.

과거 역사적 위인들이 지금과 같이 칭송받고 위대한 인물로 평가 받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은 때때로 자신의 목숨까지 감수하며 대의적인 명분을 위해 싸웠으며, 무엇보다도 그들은 실패의 결과까지 책임지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사회는 아무런 위험도 짊어지지 않는 소수가 정책을 주도하고, 그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고, 연쇄적으로 사회의 불균형을 계속 초래합니다.

책임과 선택에 대한 불균형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될 수록 전체 사회와 시스템에 파멸적인 상황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스킨 인더 게임’이 저출산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

오늘날 우리가 불평등 혹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이슈들은 단편적으로만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근본적인 원인과, 그로 인해 생기는 파급력에 대해서는 잘 조명하지 않습니다.

한국내에서 ‘저출산’이라는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여기에는 단순한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주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합니다. 누군가는 경제적인 원인 때문이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문화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원인은 결국 ‘불균형’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비단 저출산이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 발생하는 대다수의 이슈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봅니다. 책임의 불분명과 같은 대리인 문제, 소수에 의한 장악, 에르고드 상태 발생할 수 없는 조건과 같은 탈레브의 이론적 뒷받침들로 거의 대부분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의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개인으로써 어떤 자세로 살아야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모두가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내가 속한 사회(시스템)의 절멸’만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해결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끝맺기전 나심 탈레브가 베이루트 대학교에서 발표한 졸업 축사의 일부를 가져오며 마무리 합니다.

내 삶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더 고집을 피우고 더 사람들과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도 책임질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그 조언이 맞지 않았을 때 어떤 책임을 질지도 말해야 합니다. 이건 일종의 황금률의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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