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집니다. 잘 알다시피 사지 멀쩡하고 정신 멀쩡하다면 대개 현역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시력이 조금 나빠 2급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저의 멘탈과 피지컬은 아주 멀쩡한 편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떻게 병역을 해결할지 한참 고민 중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의 커리어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병역을 해결해보자는 목표가 있었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었습니다.

산업기능요원에 대해

병역특례 제도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하면 병역지정업체로 수행된 기업체에 들어가 일을하고 그걸 복무한걸로 치는겁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국내의 중소/중견 기업들의 우수인재들을 공급한다는 장점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 제도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보는 곳이 바로 국내의 많은 중소/중견 IT 기업들입니다. 스타트업부터 시작해서 업계에서 나름 입지가 있는 IT 회사들까지 많은 회사들이 이 제도를 적극활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산기요를 빌미로 스펙좋고 머리좋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을 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우는 회사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 그리고 현 2021년의 제 1원내 야당 대표님도 바로 이 산기요 출신으로 어느 IT기업에서 열심히 복무를 하셨다고 합니다. 산기요가는 인원은 그냥 군대를 가는 인원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라, 주변에서 군대 어디 다녀왔다고 설명하려면 참 어렵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안타깝게도 제가 이글을 쓰는 2021년 시점을 마지막으로 하여 현역 3순위 편입은 더 이상 불가능해집니다. 아마도 예상이 맞다면 병무청의 군인원을 늘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3순위 편입 제도가 부활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보충역은 대학생 신분이어도 여전히 가능하니 만약 자신이 정보처리 분야를 전공하고 관련 방면으로 역량이 충분하다면 공익을 가는 대안으로 취하기에 나름 합리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기능요원을 택하는 것에 대해

저도 참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소집해제까지는 한참이 남았기에, 2년 10개월이라는 영겁의 시간을 보내며 느낀점을 쓰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다고 생각을 했을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건 더럽게 긴 복무기간일 것입니다. 분명히 사회에 나와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병역을 수행하는 것이기에 그리 자유로운 신분도 아니고, 중간에 그만두면 가장 크게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계약으로 맺어지는 기업대 노동자의 관계로 볼 수도 있지만, TO를 가지는 회사측이 훨씬 유리한 입장의 갑이고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회사들이 갑질을 일삼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산기요만의 특수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는 있습니다.

이 제도의 취지 자체가 국내의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실시되는 것도 있다보니, 어떤 곳은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꺼려하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로 여건도 좋고 다들 가고 싶어하는 그런 곳일 수도 있고요, 양극단에 속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곳들도 있습니다.

시간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실 2년 10개월은 결코 짧다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육군 현역과 비교하면 거의 1년 6개월 복무 기간의 2배나 되는 기간입니다. 제 주변에는 산업기능요원을 현역으로 간 사람들이 거의 없긴 합니다만, 이미 제 주변의 친구들은 전역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 때문에 남들보다 비교적 늦은시기에 병역을 해결하러 가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제가 소집해제를 하게되는 때가 2024년이며, 3학년 1학기를 마친 상태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3학기를 듣게되니 대충 2026년은 되야 졸업을 합니다.

그리고 굳이 마지막 단점아닌 단점으로 꼽자면, 산업기능요원을 3년 하게되면 무조건 중고신입이 되어버리는데, 이 때 까닥하다가는 몇몇 대기업들에서 시행하는 신입공채에 지원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경력직으로 지원해야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볼 때 물경력만 아니라면 오히려 이득이 될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기에 애매한 커리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길을 선택한다면 굳이 선택해야할 만한 이유가 분명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남다르게 말하면 나름의 각오와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군대를 안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하기엔 너무 길고 나름의 고충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의 얘기를 해보자면, 일단 저는 커리어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과 제가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도전하게되었습니다. 제가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프트웨어를 엔지니어링하는 것과 관련된 무언가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저의 확신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분은 여전한 월급쟁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대표이사나 임원역할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님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제가 어떤 도메인에 속하든 간에 결국 본질적인 기술과 지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 쌓는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든간에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이라면, 통제가능한 나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도 포함이겠죠.

시작 전

사실 저는 2021년에 산업기능요원을 준비할 생각이 올해 초까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6월에 퇴사하게 된 이후로 갑작스럽게 늘어난 여유로운 시간동안 저의 미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고, 병역을 늦게 미루는 것은 그닥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후술하겠지만, 병무청과 정부의 계획을 보아하니 지체했다가는 답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2021년을 마지막으로 현역 3순위에 속하는 인원들은 더 이상 산업기능요원에 편입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시도한다면 무조건 올해안에 해결해야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도박이었는데, 불확실하고 한정된 TO를 쟁취해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좀처럼 그 난이도를 가늠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4개월 남짓한 시간을 판돈으로 걸기로 했습니다.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는 그냥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정신으로 임했기 때문이죠. 어차피 올해가 마지막이니 되든 안되든 도전해자보자는 심기로 시작했습니다.

취업하기

산업기능요원을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병역특례업체를 찾은뒤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여 편입시까지 대기하여 편입이되면 그 때부터 복무를 합니다.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사실상 취업을 하기만 하면 왠만해선 해결이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산업기능요원 준비는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랑 똑같습니다.

나무위키 문서에 보면 현역 IT분야 편입은 대기업 취업보다 어려운 수준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네, 실제로 제가 겪어보니 현역의 경우 진짜 편입하기가 쉽지 않긴합니다. 물론 과거에는(대략 2018년 이전) 그래도 제가 편입한 시점인 2021년에 비해 TO도 많았고, 제도자체가 사라져서 경쟁률이 몰리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기에 이것도 어느정도 케바케가 작용했을 것입니다. 사실, 제가 대기업 취업을 준비해본 게 아니라 실제로 이걸 비교할 수는 없으나, 대충 다른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어느정도 맞는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21년 6월을 기점으로 창립 맴버로 있었던 회사를 나오게 되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병역특례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원서를 넣기 시작한게 7월초였습니다. 당시 합격한 업체는 2곳이었습니다.

경쟁자들의 스펙을 일일히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실제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설카포 컴공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라는 얘기는 어느정도 들었습니다. 저도 실제로 어느 한 회사에서 면접을 봤을때 옆에서 같이 면접을 봤던 분 역시 서울대 컴공 출신이었던 분이었는데(심지어 저보다 나이도 어렸습니다..) 그 때 확실히 실감하긴 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재밌게도 여기서 면접을 같이 봤던 분과 같이 합격하게되어 나란히 그 ‘어느 한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서류와 면접

흔히 대학생들이 취준을 하는 시점은 보통 빠르면 4학년 1학기부터 입니다. 저는 3학년 1학기를 수료하고 휴학을 낸뒤 어떻게든 병특업체를 붙기위해 취준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다른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하는 취준과는 결이 다른 취준이었기에,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취업 후기 같은 것들이 그닥 공감되진 않았습니다.

처음 이력서를 써야할 때는 어떻게 써야하나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미 수많은 취업 관련 포털이나 커뮤니티, 검색결과로부터 도움을 얻는 것입니다. 다른 직군이나 직무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IT 개발자와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들 만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정보를 얻는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글도 그렇지만 대개 모든 초고와 초안은 쓰레기입니다. 제 이력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자신있게 넣은 이력서가 탈락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 때 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게 됩니다. 사실 맨처음 이력서를 쓸 당시에 저지른 가장 큰 문제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검토와 피드백의 부재입니다. 처음엔 안일한 생각으로 작성했다가 다시 보고나서야 오타와 앞뒤가 안맞는 내용들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플롯과 설계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사실 역시 뒤늦게 깨닫고 처음 작성한 이력서는 휴지통으로 옮겼습니다. 심도있게 구성하여 이력서를 수 없이 고쳐쓰기를 반복하고 그러고 나서야 괜찮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쓴 이력서를 보여준 후 피드백을 얻고, 또다시 고쳐쓰기를 반복합니다. 대충 이런식으로 몇 번 반복하다보면 가장 처음과 비교했을때는 훨씬나은 이력서가 만들어 집니다.

물론 그렇게 여러곳에 병역특례 지원을 해서 서류에 붙은 곳은 더러 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들이 현역 TO를 채용하지 않았고, 채용을 하더라도 상당한 경쟁률을 보이거나 이미 대기자가 다 차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례로 1순위로 가장 희망했던 회사였던 채널코퍼레이션의 경우 7월에 서류를 합격했지만 채용담당자로 부터 현역TO 대기자가 두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전형을 포기했었습니다.

2개월만에 퇴사후 이직하기, 그러나...

7월 말까지는 최종적으로 6곳에 지원해 2곳에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2군데 전부 아직까지는 인센티브 TO가 없는 상태였고 8월말까지 회사측에서 보충역을 추가로 채용해주리라 기대하고 갔습니다만, 제가 10월에 퇴사를 결정하기 전까지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취준을 해야했는데, 10월 초에 지원한 모 게임회사에 서버 개발 직무로 운좋게 최종 합격을 하여 다행스럽게도 이직을 확정하였습니다. 해당 업체에서는 인센티브 TO가 있어 확실히 편입이 가능하였습니다.뭐 그렇게 잘 해결되는 줄 알았으나... 1달만에 회사를 나오게됩니다. 일일히 속서정을 전부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저도 회사와 맞지 않았고, 회사도 저와 맞지 않았기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시도

예상과는 다르게 2021년에도 재배정이 시행되었습니다. 비관적으로 생각했는데 2021년은 운이 좋게도,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은 재배정 TO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덕분에 이 글위에서 언급한 그 서울대 컴공 친구와 같이 면접을 본 회사에서 저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고, 기적(?)처럼 마지막으로 시도한 회사에 최종합격하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막상 합격을 했어도 그렇게 기쁘진 않더군요.. 당시 두 번째 면접자리에서 대표님께서 저보고 처음 면접볼때는 자신감넘치는 스타트업 CTO의 모습이었는데, 두 번째로 보는 당시에는 고생을 너무 많이해서 자신감을 다 잃어버려서 측은해보인다고 할 정도였으니깐요. 실제로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보면, 제 스스로가 보기에도 참 고생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저의 개인적인 인관관계 문제도 포함되어 있어서 더 가중된 것도 있었고요...)

덕분에 저는 2021년에는 무려 회사를 4곳이나 경험했습니다. 놀라운 건 그 중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렇게 3군데를 이직하는 참 놀라운 일을 겪게 되었고, 의도하지 않은 그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글을 작성해보려 합니다. 그래서인지 참 2021년은 저에게 있어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마침내 소용돌이 속에서 무사히 5개월만에 산업기능요원 현역 3순위 편입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여곡절끝에 저는 앞으로 2년 10개월동안 산업기능요원이라는 대체복무제도 하에 병역을 수행하게 됩니다. 막상 편입이 되었어도 딱히 별다른 감정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6개월 기간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서 감정의 역치가 너무 높아져버린 것 같습니다 😂😂. 아무튼 사실상 22년부터는 편입이 불가능해지는 와중에도 어떻게 운이 좋게 21년 12월 끝자락에 막차를 타는데 성공하였고, 21년 저의 숙원사업 중 하나를 해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

현역 3순위 기준으로 4학기 이상을 이수하면 정보처리산업기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저는 뒤늦게 산업기사 시험을 8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해 마지막인 3회차 시험이 아직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만약에라도 이 3회차 시험에 떨어지면 산업기능요원이고 뭐고 일단 자격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편입 준비가 무의미 해집니다. 제 기준으로는 8월초에 필기를 보고 쉽게 합격한 후 10월에 있는 실기 역시 큰 어려움 없이 1주일 남짓하여 준비해도 쉽게 통과가능한 수준의 문제였습니다.

최종적으로 산업기사 자격증이 발급가능한 시점이 11월 26일 부터 였고 다행히 12월초 편입에 맞추어 자격조건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산업기사든 기사든, 개발자에게 있어 자격증이 가지는 의미는 기술사 수준이 아니면 별로 크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많은 사람들이 따는 자격증중 하나가 기사 자격증인데, 산업기능요원 편입 때문에 강제로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습니다.

11월 26일 자정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자격증을 출력했고 덕분에 마지막으로 가게된 회사에 성공적으로 자격증을 제출하는데까지 이르렀습니다.

병역특례 제도의 존망과 결론

알다시피 한국의 출생아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징집가능한 인원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 병무청에서는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더 현역으로 보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거시적으로 군인원을 감축하는게 맞냐 유지하는게 맞냐는 갑론을박은 따지지 않겠습니다. 굳이 여기서 다룰 주제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군인원 감축에 찬성하는 편입니다.

여하튼 저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결정자와 그 관련된 사람을 주변에 눈씻고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현재 시국의 추세라면 아마도 향후 10년내에 이 병역특례라는 제도도 일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면 완전히 감축될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연이나 공중보건의나 공익법무관같은 정말로 나름의 당위성이 확실하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병특제도라면 모르겠지만, 산업기능요원은 솔직히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말이 좋아 국내 기업들에게 양질의 지식노동인력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그냥 노예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건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이공계 석/박사, 의대나 로스쿨 출신은 전문직이라 그래도 나름 대우가 다르지만요.

애시당초 군대문제를 떠나서 정말로 자신이 이 병특이라는 선택에 대해 책임질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 잘 생각해봐야합니다. 군대가기 싫다고 병특한다는 논리는 마치 나는 아침 출근시간대 2호선 사당-강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게 싫으니까, 버스를 타고 갈거야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네요. 지하철은 사람은 더럽게 많지만 늦을일은 왠만해선 없고, 버스는 앉아서 갈 수 있지만 길이 막히면 더럽게 늦는다는 각자의 장단점이 있죠. 병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아직 제가 맞는 선택일지에 대해 완전한 의심이 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2번째로 편입하기 위해 들어간 회사에서도 그렇고 맨처음 들어간 회사도 그렇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 분명히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물론 3번째로 들어온 지금의 이 회사는 그나마 제가 고른 지금까지의 선택 중 최적의 선택이라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확신이 들진 않습니다.

제가 늘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선택했으면 책임을져야지'라는 말입니다. 저는 주사위를 이미 던졌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할 뿐입니다. 2년 10개월이 어떻게 보면 긴 영겁의 시간처럼 보여도, 한 편으로 보면 그 사이에 대통령 선거를 한 번 더 하지는 않으니, 그래도 그렇게 길진 않다고 위로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글을 보는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군필 남성분이라면, 저는 모든 대한민국의 군필자들을 진심으로 존경할 뿐입니다. 이 분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지금도 밤낮을 안가리고 고생하기에, 오늘날 제가 사는 이 나라가 무사태평하게 굴러가니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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